일곱남자 이야기
2003.04.23 11:18
요즘 저는 밥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잡곡을 넣은 쌀을 뽀얗게 씻어 압력솥에 구수하게 지어낸 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 우리 옆집으로 이사온 사람들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한국인 3명, 조선족 4명으로 총 7명의 식구가 사무실 겸 숙소로 쓰고 있습니다.
서글서글하고 착한 인상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전도사님과 전 그 사람들을 전도하기로 맘속으로 굳게 찜!을 했습니다.
그래서 틈나는대로 옆집을 기웃(?)거리기 시작했죠. 그냥 빈손으로 기웃거리기가 좀 그래서 접시 가득 푸짐한 음식을 들고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번 간 접시가 좀처럼 돌아올지를 모르더니 어느 날 두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잘 익은 과일을 얹은 접시를 들고 머쓱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두집 사이엔 바쁘게 접시가 오고가고 했습니다.
촉촉히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그들이 따끈따끈하게 부친 해물파전을 들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소주잔에 까만 간장을 담아 들고서요.
쑥스럽게 웃으며 "뭐, 생활의 지혜죠" 하며 말하는그들을 보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밥벅을 때 꼭 필요한 식기보다 술잔이 더 잘 갖춰진 그들의 생활이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죠.
그래도 그들은 받으면 나눌줄 아는 마음 따뜻한 이웃이었습니다.
지난 부활주일 그들 중 2명의 한국인이 우리 교회에 처음 나왔습니다. 땀까지
뻘뻘흘리며 쑥쓰러워하던 그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렇지만 전 기대합니다. 예수님의 큰 사랑을 받게된 그들은 분명 그 사랑을 갚을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병고침을 받은 10명 중 돌아와 예수님께 절하던 그 한사람의 문둥병자와 같은 믿음을 가질 것입니다.
그들은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닌 그보다 풍성히 나눌 줄 아는 사람이게에...
그래서 하나님은 제게 부엌에 머무르는 즐거움을 주셨나 봅니다.
원하기는 평생토록 내가 이 부엌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원합니다.
주의 은혜로... (밥짓는 사모 퍼주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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