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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사랑의교회

하나님 사스를 날려보내 주세요

2003.04.26 11:44

박상일 조회 수:1145 추천:186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예배장소를 SARS관련 조치 때문에 당분간 사용할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적당한 예배장소를 다시 찾아 나섰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무거운 마음입니다. 빡시게 기도해 주십시오

우리가 살고 있는 중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글이 있어 추천합니다
한국경제 상해특파원 한우덕기자의 글입니다. 끝까지 읽어 보세요. 재미있습니다
한국경제 홈페이지의 좌측하단 "커뮤니티"에 보면 들어가 보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좋은 글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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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한우덕의 장님중국만지기  

상하이<5>칼 이야기③`刺客`사스의 위험한 劍舞 조회 : 370 추천 : 1

괴질 `사스(SARS)`는 중국어 `殺死`의 발음과 같습니다. `죽여 버린다`라는 뜻이지요. `너 죽여버린다`라고 말할 때 중국 사람들은 `我殺死爾`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놈의 괴질이 `사스`로 이름 붙은 걸까요.

어쨌든 제가 불과 몇 개월 전에 있었던 베이징은 지금 패닉 상태라고 합니다.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고, 초중고가 전원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주요 진입로를 무장경찰이 통제한다는군요.

베이징의 주재원 가족들은 모두 서울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온 사람들은 서울에서도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한 상사원 주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에 가려했답니다. 그런데 시댁에서 눈치가 이상했습니다. 오지 말았으며 좋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친정으로 가려했습니다. 그러나 친정 아버지와 함께 사는 오빠 부부의 반응이 아주 냉담했답니다. 결국은 오피스텔 하나를 얻었다더군요. 씁쓸합니다. 그 놈의 사스가 인간관계를 `殺死`하고 있습니다.

이곳 상하이는 베이징에 비하면 이상하리 만큼 조용합니다. 사스는 상하이를 싫어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어제(23일) 상하이 시정부에서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시정부 관계자는 `사스 방지를 위해 소독을 철저히 하고, 대중 집회를 중단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자리를 떴습니다. 기자들은 `상하이 감염정도를 정확히 알려 달라`고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못들은 척 회견장을 떠났습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그들은 기자 질문을 피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그들이 어제는 기자들의 질문을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상하이에도 사스 공포가 엄습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바꿔보죠.

무협영화 좋아하세요?

가벼운 마음으로 무협영화 한 편 이야기하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英雄`입니다. 혹 보지 않으신 분은 비디오로 빌려 보세요. 엄청나게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 속에 담긴 뜻을 보면서 오늘의 중국을 보겠습니다.

`무명(無名·이연걸)`은 독재자 진시황제의 목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10보(步)안에서는 결코 실수를 하지 않는 검법을 가진 자객이었습니다. 진시황과 10보의 거리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망국 조(趙)나라의 또 다른 자객 3명의 칼이 필요했습니다. 그들의 목숨을 거두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그들 중 `잔검(殘劍·양조위)`과 `비설(飛雪·장만옥)`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들은 가슴 시린 사랑을 했습니다. 무명은 그들을 찾아가 칼을 요구합니다.

"내가 진시황제 친다. 절호의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당신들의 칼이 필요하다. 그대 목숨을 거두어야겠다(무명)"

"그를 없애는 일이라면 돕겠다. 나를 밟고 가라. 결투에서 나를 이기면 칼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비설)"

"진시황은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흩어진 세상을 통일하려 한다. 천하가 통일된다면 더 이상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없지 않겠는가. 그는 죽일 수 없다.(잔검)"

셋은 이렇게 달랐습니다. 무명은 결국 비설과 결투, 그의 칼을 손에 넣습니다. 잔검은 무명에게 `가지 마라`고 합니다. 그래도 무명은 떠나지요. 그때 잔검이 무명에게 글을 하나 써 보입니다. `天下`였습니다. 잔검은 자기의 칼을 무명에게 넘겨줍니다. 그리고는 말합니다.

生死相守(나와 비설은 생사를 함께 지켜온 사이다)
人不離人(사랑하는 사람은 그 연인과 이별하지 않는다)
劍不離劍(그들의 검 역시 서로 이별하지 않는다)

장이모우(張藝謀)감독 영화 `英雄`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대화가 많습니다. 장이모는 칼을 예술로 승화했습니다. `와호장롱(臥虎藏龍)`이 그랬듯 말입니다.

작년 가을 이 영화는 개봉과 함께 언론의 주목을 받습니다. `英雄`신드롬이라고 할 만했지요. 언론이 부채질하는 듯 했습니다. 각 신문은 `장이모우 감독의 영상미가 두드러진 수작이다`며 영화를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일반 중국인들은 별로 새로운 게 없는 평범한 작품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많았습니다. `와호장롱이 헐리우드에서 상을 타니까 장이모우도 한 번 비슷하게 해 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다시 영화.

검(劍) 세 자루를 가지고 간 무명은 진시황제와 독대합니다. 그에게 칼을 얻은 내역을 설명하지요. 칼을 한 자루 한 자루 풀어놓을 때마다 10발짝씩 진시황에게 다가갑니다.

드디어 10보, 기회는 왔습니다. 무명의 칼이 허공을 한 번 가르더니 진시황의 가슴을 향해 뻗어 나갔습니다. 그러나 무명의 칼날은 진시황의 가슴을 뚫지 않았습니다. 그의 옆구리를 친 것은 칼자루였습니다. `잔검`이 진시황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기했던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무명은 진시황과의 대화에서 잔검이 써 주었던 `天下`를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면 더 이상 대륙 땅에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없을 거라는 얘기지요. 진시황제의 천하통일 의지를 확인하고 살의를 꺾은 겁니다.

중국 언론이 이 영화에 호들갑을 떤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영화를 빌어 인민들에게 무엇인가 전하고 싶은 게 있었던 겁니다.

진시황을 중국 공산당, 진시황을 시해하려 했던 4명의 자객들을 티베트 신장 대만 파룬궁 등에 비유해보면 어떨까요. 물론 상상입니다.

지금 중국은 공산당 1당 독재 체제입니다. 그럼에도 티베트 신장 등지에서 공산당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세력이 있습니다. 대만은 `천하통일`을 멀리하고 자꾸 독립하겠다고 난리고 말입니다.

`공산당이 지금 천하를 통일을 하고 있다. 공산당이 없으면 중국은 분열된다. 분열은 곧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다. 그러니 공산당에 대들지 말고 잠자코 있어라. 자객들도 진시황 앞에서 스스로 칼을 버리지 않았느냐`

중국 언론들은 `英雄`을 평가하며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다시 영화로 들어가 봅니다.

무명은 진시황제 시해를 포기하고 돌아섭니다. 돌아서는 그를 향해 신하들이 외칩니다.

`따왕(大王) 샤(殺)!, 따왕(大王) 샤(殺)!, 따왕(大王) 샤(殺)!`.

신하들은 진나라 법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결국 무명은 죽지요. 구름처럼 밀려오는 화살이 그의 몸둥이에 꽂히게 됩니다.

이 장면은 공산당에 도전하려는 세력의 종말이 어떻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는 `구름처럼 밀려드는 화살이 바로 13억 인민이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인민의 이름으로 공산당에 도전하려는 세력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공산당은 그렇게 중국을 이끌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 공산당에 대만 티베트 파룬궁보다 더 위협적인 `刺客`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사스입니다. 정말 힘겨운 상대입니다. 보이는 적이라면 인민의 힘을 동원해 깨부술 텐데 이놈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초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국제적으로 `괴질 퍼트린 원흉`으로 비난받고 있습니다.

형체를 드러내지 않는 `자객` 사스는 지금 대륙 전역에서 劍舞를 휘드르고 있습니다. 그가 공산당을 얼마나 괴롭힐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상하이=우디한 woodyhan@hankyung.com